딤섬이 맛있는 Chinese fine dining
한남동 '쥬에(JUE)'
'쥬에(JUE)'는 이미 한남동에서는 분위기 좋고 딤섬 맛이 좋기로 유명한 중식당이다.
방문 전에 예약은 필수이고, 점잖은 식사자리에 특히 잘 어울리는 곳으로 가족 식사 자리에도 제격이다.
얼마 전 남편과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둘이 주말 데이트를 나섰는데, 이 날 쥬에를 가기로 정했다.
처음부터 꼭 쥬에를 가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고, 뒤늦게 둘이서 어디라도 예약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캐치테이블을 보다가 예약 자리가 남았길래 덥석 자리를 잡았다.
먼저 예약하는 순서대로 2층으로 자리를 안내받는다. 2층이 좀 더 트여있고 개방감이 있는 느낌이지만, 크게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다 1층도 충분해서 자리는 불만 없이 앉았다.
이 벽이며 간판이며 간판의 색깔까지 홍콩 어딘가의 골목에서 볼 법한 차이니즈 레스토랑의 느낌이 난다.
주차는 valet parking으로 하는데, 주차비는 현금으로 3천원 드리면 된다.
실내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기다란 창이 있어 채광도 적당하다.
코스 메뉴도 있지만 나는 단품으로 먹고 싶은 것만 여러개 시키고 싶어서 남편이랑 먹고 싶은 것 위주로 주문했다.
보통 차이니즈 다이너에서 서빙해주는 tea를 여기서는 몇만 원씩 주고 주문을 해야 한다.
어지간한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다들 우롱차라도 기본으로 내어주는 판에 어딘가 별거 아닌 듯한데, 또 상당히 bothering 하는 기분이 들어 괜히 주문하지 않았다.
애피타이저로 제일 먼저 나오는 음식들. 핑거푸드마냥 작고 깔끔하다.
개인적으로 고추튀김을 아이올리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좋았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를 적어보자면-
오이무침
전복쇼메 / 송로버섯 하교 / 관자복래교 / 새우 창펀
차슈 누룽지 / 탄탄멘
이렇게 주문하고, 트러플 하교는 하나 더 추가했다.
흔히 먹어왔던 육즙이 팡팡 터지는 딤섬 말고 씹으면 내용물이 알알히 야무지게도 씹히는 식감이 참 재미있었다.
요즘 공사다망한 일상에 약속도 거의 안 잡고, 남편이랑 매주 한 번씩 꼬박꼬박 단둘이 외식을 하면서도
이날처럼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밥상이 아니라 정말 맛있는 거 잔잔하게 먹으러 온 날의 음식은 혀끝부터 버선발로 나가 맞이하는 맛들이다.
남편이 고른 환자복래교는 내 입에는 요것이 무슨 맛인지 잘 모르는 맛이었고,
창펀은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맛이었다.
원래 창펀은 흐물흐물한 음식인데 쥬에의 창펀은 쌀피가 얇으나 속이 가득 차있고, 그 밖으로 나오는 쌀피가 별로 없어 내용물 없이 흐물거리는 쌀피만 먹는 부분이 거의 없다. 이 전까지는 창펀의 그런 부분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는데, 쥬에의 창펀을 먹고 나니 개인적인 취향이 생겼달까.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새우살이 속에 틈도 남겨놓지 않고 가득 차 있으니 더더욱이나 만족스러웠다.
앙증맞게 올라가 있는 전복도 탱글탱글하니 맛있었던 전복쇼메 (쇼마이).
쥬에의 딤섬들은 전체적으로 피가 얇고 그 안에 속이 가득가득 차 있어서 가장 대중적인 샤오룽바오마냥 씹으면 육즙이 줄줄 흘러나오는 맛이 아니다. 나는 이 부분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
그리고 우리가 식사로 주문한 차슈 누룽지.
간단히 한 그릇 뚝딱 먹고 싶으면 누룽지탕도 한 그릇에 파는 메뉴도 있는데, 우리는 누룽지 속에 차슈가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ball모양으로 나오는 차슈 누룽지를 시켰다. 한국인 식사 마무리에 탄수화물이 빠질 수 없지.
탄탄멘은 요즘 여느 집에서도 다 맛있게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큰 임팩트는 없었지만, 절대적으로는 맛있는 탄탄멘이었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중식당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맛있었다.
가끔은 코스요리도 좋지만 두번 세 번 다시 생각해도 나는 이렇게 단품으로 여러 가지 시켜 먹는 것이 더 좋다.
메뉴 고민을 줄이거나 대접하고 또 대접받는 듯한 식사를 하고 싶을 때는 코스요리가 훨씬 나은 것 같다. 특히 어르신들은 예전부터 중식당에서 코스로 요리를 드시는 게 상당히 special occasion이었던 시대의 분들이라, 가족 식사 때는 자리 예약도 미리 하고 코스로 주문해서 단품으로 여러 가지 더 곁들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이제 n년차 부부이자 아이 둘의 부모가 된 오빠와 나의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결혼기념일의 미식 다이닝 성공.
서로 효율적이고 개인주의가 상당한 부부의 식사는 테이블에서 기념사진 따위는 깜빡하고, 나와서야 차를 기다리며 오빠가 그래도 한 장 남겨보자며 찍어둔 우리의 selfie 한 장이 전부이다.
결혼기념일이고 뭐고 이렇게 배부르게 밥 먹고 각자 랩탑 들고 카페에서 할 일 하는 것이 좋은 부부의 기록 끝.!